바야흐로 ‘애견시대’다. 애견 전용 생수, 녹용영양제, 향수, 레인코트 등 사람의 생필품보다 비싼 애견 전용 용품들이 등장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애견에게 여권을 발급하고, 미국 뉴욕의 헬스클럽에서는 개와 함께 하는 요가인 ‘도가’클래스도 열린다. 이미 개는 사람의 ‘아래’가 아니라 ‘옆’에 자리 하는 시대가 되었다.
애완동물 중에서도 유독 개가 사랑받는 이유는 사람들과의 교감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2002년 말 미국 하버드대 인류학과 브라이언 해어 교수 연구팀은 사람이 기른 늑대와 갓 태어난 강아지를 대상으로 음식물을 숨겨놓고 눈짓 손짓 등으로 힌트를 주는 실험을 했다. 결과는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사람과 거의 접촉하지 않은 강아지가 사람이 기른 늑대보다 말을 더 잘 알아들었다. 가축화의 긴 여정을 통해 개의 유전자에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이 남게 되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셔틀랜드 쉽독은 지능지수가 6위나 될 만큼 영리한 견종으로, 사람과의 교감이 특히 뛰어난 개로 알려져 있다. 청각이 특히 예민한 편이어서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때로 ‘헛짖음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주인의 마음을 민감하게 읽는 셔틀랜드 쉽독

셔틀랜드 쉽독(이하 셀티)의 몸무게는 9-12kg로 한국에서는 중형견으로 분류된다. 주둥이가 앞으로 나오고 귀가 반쯤 일어선 이 개는 소형화된 콜리와 같은 외형을 가지고 있어 종종 꼬마콜리 또는 콜리를 소형화 시킨 것이라 하나 전혀 다른 품종이다. 기원은 정확하지 않으나 스칸디나비아·네덜란드·그린란드·스코틀랜드 등지의 어부들이 데리고 온 여러 종류의 개와 여러 섬의 재래종과의 교잡에 의하여 생긴 것이 북해의 극심한 기후에 자연 도태되어 오늘의 기초가 된 것이라고 추측한다. 또는 셔틀랜드 섬에서 목양견으로 키워질 때 양의 크기에 맞추어 콜리가 소형화 된 것이라고 하는 설도 있다.

셀티는 아이들과 놀기를 좋아하고, 개이면서도 귀찮게 하는 것은 싫어하며, 반대로 사람을 귀찮게 하지도 않는다. 오늘날에 와서는 몸집이 작고 아름다우며, 온순하고 주인의 말을 잘 알아듣는 특성 때문에 애완견으로 세계 각국에서 널리 기르고 있다.

셔틀랜드 쉽독(셀티)을 키우게 된 계기.

개들을 원래 좋아했다. 독일에 갔다가 우연히 양치기 개인 ‘비오디드 콜리’가 주인을 향해 두 발을 번쩍 들며 도약하는 모습에 반했다. 아직도 그 장면이 생생하다. 그때부터 양치기 개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셀티를 만났다.

셀티만의 매력은?

셀티는 눈이 착해 보이는 아몬드 형이다. 초롱초롱 하면서도 약간 슬픈 듯한 눈이다. 그래서 그런지 감성이 뛰어나다. 세심한 성격이라 사람과의 관계에서 특별한 느낌을 준다. 어떤 이들은 셀티 때문에 성격이 섬세해졌다고 하더라(웃음). 똑똑하면서도 소심하고 내향적인 것도 이들의 특성이다. 꼭 사람 같지 않나(웃음).
사람들은 헛짖음이 많다고 하는데 그것은 청각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작은 소리에도 잘 놀라는 소심한 면을 고쳐주기 위해 우리집(리버티벨)에서는 어릴 때부터 음악도 크게 틀어주고 잘 뛰어놀게 한다.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셀티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때.

누군가를 보내야 할 때가 가장 힘들다.

분양 말인가?

아니다. 아이들(셀티)이 늙고 아파서 저세상으로 보내야 할 때, 갓 태어난 아기 셀티가 세상에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숨을 거둘 때를 말하는 거다. 지금도 10살이 넘은 ‘패트릭’이 있는데, 이 녀석이 젊었을 때는 정말 멋졌었다. 상력도 출중했다. 현재 패트릭의 자손들이 미국과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패트릭이 이렇게 늙은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때로 이 아이를 보면서 ‘나도 나이 들었구나’ 깨닫게 되기도 한다. (실제로 턱받이를 하고 있는 패트릭은 말하고 있는 김 대표의 언저리에 앉아있거나 맴돌고 있다.)

셀티를 키우면서 가장 기쁠 때.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상을 탔을 때 기쁜 것은 당연하지만 일시적이다. 외려 나 혼자 슬프거나 힘들 때를 아이들이 알아줄 때 기쁘다. 울면 같이 울어주고, 곁에서 잠자코 지켜보면서 위로해 준다.


우리 아이들이 말을 못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내가 기분이 나쁘거나 슬플 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이들은 알아차렸고, 나를 보며 구슬프게 짖곤 한다. 그럴 때는 ‘정말 내 자식이구나’, ‘이 아이들 때문에 내가 살아있다’고 느낀다. 그런 섬세함이 셀티의 매력이다. (김 대표는 이 질문에 시종일관 눈시울을 붉혔다. 리버티벨 셀티들의 순수한 섬세함은 엄마에게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리버티벨 셀티는 상력이 우수한 셀티가 유난히 많다. 혈통 때문인가.

혈통,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혈통이 출중하지 않더라도 자질을 가진 셀티를 발굴하고 훈련시켜, 훌륭한 쇼독으로 키우는 것도 브리더의 소명이다. 그래서 냉정해야하기도 한다. 쇼독의 자질을 가진 아이들 말고는 과감히 도태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한참 부족하다.

리버티벨이 다른 캔넬과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글쎄(웃음). 그런 건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운다. 맘껏 뛰어놀 수 있게 해주고, 많이 대화한다. 예를 들어, 밥 줄 시간에 밥을 줄 때도 “밥 먹자”, “맛있니?” 하고, 잘 시간엔 “불 끈다, 잘 자” 하고 말한다. 그런 단순한 것부터 모든 상황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한다. 그래서 인지 요즘엔 환청이 다 들린다. 아이들이 “놀아줘”, “어디가” 하는 것 같다.

동물과 진정한 소통의 경지에 이른 건가.

그래서 일방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대화’라고 하지 않았나.(웃음) 그리고 나는 상에 연연하지 않는다. 쇼는 아이들이 즐겨야 한다. 강아지들이 쇼를 즐기게 만드는 것도 브리더의 능력이다. 나는 스스로 내 아이들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러 나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다른 게 있겠는가. 리버티벨에서 최고의 셀티를 배출해 내고 싶다. 사람들에게 셀티가 얼마나 좋은 애견 인지도 알리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제 2, 제 3의 많은 리버티벨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프렌차이즈 ‘리버티벨 챔프’의 오픈은 한발 나아간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맞다. 한국의 애견 캔넬은 힘들다. 견공들을 돌보면서 분양 하랴, 쇼 나가랴, 마케팅도 해야 하니 손이 모자랄 수 밖에 없다. 경영혁신이 필요할 때다. 경영진을 따로 분리해 경영부분을 책임지고 나(브리더)는 아이들을 돌보고 발굴하는데 열중할 수 있게 됐다.

애견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일본에서 브리더로 성장했기 때문에 일본인 친구가 많다. 일본에서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인사동에 갔다. 친구가 유기견을 한 마리 발견하고는 반시간이 넘게 어쩔 줄 몰라 하며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우리나라는 정말 흔한 풍경 아닌가. 그 모습을 보고 생각해 보니 일본에 체류하는 1년 동안 한 번도 유기견을 발견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책임. 무엇보다 애견인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이다. 우리나라 애견인들은 애견에 대한 ‘관심’만 있고 ‘책임’은 없다. 강아지도 가족이다. 이사 간다고 내 아이를 두고 가지는 않지 않나.

애완동물과 사람 사이의 애정함수

애완동물과 사람의 관계 형성 패턴을 연구한 미국 유타대 비즈니스 스쿨의 러셀 벨크 교수는 “애견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사람의 통해 질서가 잡히고 의인화된 애견들은 “문명화 되어있고 길들여져 있고 잘 행동하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동물적이고 무질서하고 혼돈스러운” 사람들의 분열된 자아를 반영한다는 것. “사람들이 자신의 동물성의 일부인 섹스가 지나치게 깔끔하고 예측 가능하기를 바라지 않듯, 애견에 가치를 두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애견이 인생을 자극적이고 예측불가능하고 흥미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더구나 개는 풍부한 안면 근육을 사용해 사람과 유사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 보이면서도 절대 평가 하지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는 기쁨의 근원인 동시에 고통의 근원일 수 있지만, 주인에 대한 애견의 애정은 믿을 수 있고 무조건적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애견에 대한 집착을 “애착의 대상을 점점 잃어가는 현대의 가족 해체에 동반되는 현상”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애견에 대한 집착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리버티벨 셀티의 김강자 대표는 “액세서리처럼 개를 키우다가 점점 뒤치다꺼리 할 일이 많아지면 쉽게 버리거나 바꿔서 키우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대표는 또 “어떤 견종이든 훈련하면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지만 정확한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애견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여전히 물건을 사거나 퀴즈를 맞히면 개를 경품으로 준다는 광고도 넘쳐 난다. 애견과 ‘반려’로 더불어 살기까지 우리가 갈 길은 아직 멀었다.